'2025 세계 인종 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목소리

매년 3월 21일은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평등과 인권을 외치는 다양한 활동이 펼쳐진다. 2025년 한국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며, 3월 16일(일)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 이주 인권 단체들이 주최하고, 하인리히 뵐 재단 동아시아 사무소가 후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의 준비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재단 관계자들은 현장을 방문해 여러 활동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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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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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Sketch of the '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 Heinrich Böll Stiftung East 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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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단군의 후손이자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인식이 여전히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강하게 남아 있는 듯하다. 실상을 따져보면 이는 현재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생각이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에 등록된 체류 외국인은 약 250만 7,584명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에 따르면 내국인 귀화자, 내국인 이민자 2세 및 외국인 인구를 합친 이주 배경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를 초과할 경우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된다. 이러한 수치를 고려하면 한국은 이미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인종 차별 철폐의 날'(매년 3월 21일)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날을 기념하여 인종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고 다양성과 포용을 증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한국 사회가 더욱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사가 열렸다. 특히, 이주민들의 인권 향상과 사회적 통합을 위한 논의를 촉진하는 활동 중 하나로서 이주인권 단체들 뿐만 아니라 여성단체, 노동단체, 소수자 인권 단체 등 다양한 시민사회 단체들이 '차별 철폐'라는 목표 아래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기도 했다.

2025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행사 주최측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네팔, 중국, 팔레스타인 등 다양한 국가들의 전통차를 나누고 있다.

한국에서 이주민의 인권 수준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하인리히 뵐 재단 동아시아 사무소는 이번 기념 대회 개최에 함께하고 있는 활동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주민들이 직면한 문제와 도전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자 했다. 이들은 이주민들이 겪는 차별과 편견, 그리고 노동 환경에서의 어려움 등을 지적하며, 보다 나은 정책과 사회적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공익변호사

한국에서 활동하는 인권 활동가들은 한국 사회 속 이주민 인권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난민인권센터의 김연주 공익변호사는,
"특히 최근들어 한국 내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 변호사는 "작년에 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가 미등록 이주민들을 압박하는 분위기를 조장하며 사적으로 이주민이 불법 체포당하도록 시도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단체들은 문제를 제기했고, 법적 대응을 통해 관련 책임자가 처벌받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혐오 발언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종 차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인종 차별 철폐의 날'을 기념하며 더 이상의 혐오와 인종 차별을 종식하자는 의미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 라며 한국의 이주민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2025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각 나라마다 인종차별의 상황은 다르다. 특히 한국은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난민 유입이 적은 편이고 이주민들 간에 조성된 공동체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
김연주 변호사는 “한국에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주민을 탄압하고 차별과 혐오에 대해 방관하거나 선동하기까지 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난민 수용에 대한 책임을 지닌 정부가 난민 문제를 당사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거나 테러리스트 등과 연관짓는 것도 서슴치 않고 있다. 난민과 이주민 등 한국 사회 소수자들을 대하는 다양한 탄압과 혐오 등의 행위를 ‘차별’이라는 것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제약하는 법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 인권 단체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라고 답했다. 

임선영 대표
이주인권셋의 임선영 대표

국가인권위원 등을 거쳐 30년 가까이 이주민의 인권 신장을 위해 일해온 이주인권셋의 임선영 대표는 “국제인권에서 '인종차별 철폐 협약'은 매우 기본적인 인권 조약이다. 인종 차별 철폐는 제2차 세계 대전의 경각심을 알리기 위한 의미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1966년에 제정된 이 협약을 아직도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은 세계의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고 유엔이 지정한 이 날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날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이번 기념 행사의 취지를 강조했다. 

임 대표는 한국 사회의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꾸준한 활동가들의 노력이 어떤 성과를 가져오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불러오는 용어가 개선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불법체류자'라는 용어가 한국에서는 너무 만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사람 앞에 ‘불법’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낙인을 씌우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 용어에 대한 정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느리지만 작은 시작으로 이주민에 대한 편견어린 시선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작은 성과라로 보면 된다.” 라고 설명했다. 

임선영 대표는 “(인권)운동이라는 것이 무겁고 접근하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오늘 행사는 모든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축제와 같은 행사로 열고자 하는 취지로 준비되었다. 이주민 당사자들이 선주민인 한국 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차를 대접하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한 것이 이번 대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행사의 컨셉을 설명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이주노조의 우다야 라이 위원장

이주노조의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원래 '인종차별 철폐의 날'은 21일(금)이지만, 이주 노동자들은 일주일 7일 중 일요일 밖에 쉴 수가 없어서 오늘(16일) 이 행사를 하게 되었다. 누구나 평등하게 한국에서 동등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종교와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이주민들이 차별을 당하고 있다. 이 차별을 함께 없애자는 취지로 이 행사가 개최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법 제도들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은 여전히 똑같다고 느끼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 입장에서 제도를 바뀌고는 있지만 내용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주노동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가 피부로 체감하기 위해서는 사업주들이 이주민을 대하는 태도와 법과 제도가 적용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 발언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소수자, 난민, 미등록 이주민 등이 존중받으며 안전하게 살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혜미 마포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마포녹색당 김혜미 공동운영위원장

마포녹색당 김혜미 공동운영위원장은 “한국에도 체류 외국인이 5%가 넘었고 등록된 외국인이 150만명을 달성하고 있다. 한국도 더 이상 '이주민이 내 주변에 없다'라고 말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 한국에서도 일터와 삶 주변에서 이런 이주민들과 어울려 살아가며 서로의 다양성을 옹호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하기에 이러한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며 “많은 이주민들이 불법으로 낙인찍혀 불시의 체포 과정에서 추락사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적어도 법 집행을 명목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이런 문제는 속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익법단체 두루 김진 변호사
공익법단체 두루의 김진 변호사

인권단체와 시민사회의 노력의 결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법 전문가들과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들의 유엔 규약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이주민 인권을 위해 연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작지만 의미있는 제도 개선도 이루어지고 있다. 

공익법단체 두루의 김진 변호사는 “유엔의 '인종차별 철폐 협약'의 위원회에서 당사국이 이 협약 내용을 잘 지키고 있는지 심의하고 있다. 올해 4월 말에는 한국에 대한 심의가 예정되어 있어서 시민사회 단체들이 사무국을 형성해서 한국에 있는 인종차별 실태를 유엔에 알리고 적극적인 검토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며 한국의 협약 심의 절차를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2019년에 있었던 한국에서 있었던 심의에서는 그 권고에 대한 제도의 개선과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후속 활동이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한국에서 오래 거주한 미등록 이주 아동이 한국에서 정규화될 수 있는 방안을 미흡하지만 마련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도 그 사례이다.”며 작은 성과를 들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김지림 변호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김지림 변호사

이주민 난민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지림 변호사는 “한국에서는 이주노동, 난민, 이주여성, 이주아동 등의 각 영역에서 일하는 이주단체들이 함께 연합해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활동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들 수 있다. 유엔 '인종차별 차별 철폐'에 가입한 한국에서는 올해 2025년에도 인종차별 실태에 대해서 심의하는 절차가 있다. 이주인권 각 영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서 한국의 인종차별에 대한 실태를 보고하는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고 심의에 참여해 실태를 알리는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불안정한 체류 기간과 사업장 이동의 제한으로 사업주의 횡포와 부당한 대우 앞에서 무력할 수 밖에 없다. 비전문 취업 비자(E-9)로 입국한 경우, 최대 4년 10개월까지 가능하며 장기 근속 특례를 통해 한국어 능력이 우수하고 일정 기간 이상 동일 사업장에서 근무한 경우 출국 없이 최대 10년까지 체류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제한적이다. 이러한 제약은 노동조합을 통해 권리 개선을 위한 지속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Lee Sang-yoon is the Organizational Secretary of the Seoul Headquarters of the Korean Confederation of Trade Unions (KCTU).
민주노총 서울본부 이상윤 조직부장

이주노동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이상윤 조직부장은 “오늘 참여한 단위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국적을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와 여성 단체에서도 참여하고 있다. 국적을 넘어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차원에서 함께 연대하고 있다.”며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산재사고나 체불임금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노동조합의 본연의 역할인, 단체협약을 이주노동자가 맺기 어려운 특성이 있기 때문에  권리 구제를 중심으로 임금 체불이나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해 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의 노조를 조직하는 일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노조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조직부장은 “민주노총에서 활동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국적은 제한적이다. 앞으로 더 많은 더 다양한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노동조합의 중심으로 자신의 노동권을 쟁취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합법적인 체류를 보장받고 인간다운 대우를 받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25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재단이 만난 활동가들은, 한국은 인종차별철폐협약 가입국가이지만 여전히 이주민이 겪는 인종차별과 혐오가 심각하다는 점을 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07년, 2012년, 2018년에 한국의 인종차별문제의 근본적 제도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정책개선은 정권에 따라 이주민에 대한 억압적 정책이 강화되며 인종차별이 제도적 사회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탄핵 국면에서는 일부 정치세력과 극우 진영이 혐중 반중 선동을 극대화하여 물리적 폭력까지 자행되고 있다.

2025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김지림 변호사는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한국에는 분명히 인종차별이 존재하고 피해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당사국으로서 협약 이행 절차를 심의하고 보고하는 과정들을 통해 무엇이 인종차별이고 국가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리는 점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연주 변호사는 “변화가 더디고 요원하지만, 이렇게 이주민 당사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는 마음으로 모이는 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상황을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바탕이 되리라 생각한다. 함께 모여 권리를 외치는 자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축제 처럼 만들어 보자’ 라고 다짐했다. 그런 다짐이 오늘 이 행사에서 잘 실현될 수 있길 바란다.” 고 말했다.

김진 변호사는 “한국에서 여전히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특정 종교에 대해 혐오 표현을 하거나 특정 국가에 대해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이 인종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무엇이 인종 차별에 해당하는 지 왜 그런지에 대한 시민 교육도 여전히 남겨진 숙제다.” 라며 한국 사회의 인권 의식 증진에 대해서 피력했다. 

2025년 4월 말에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한국정부 심의가 예정되어 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한국사회 인종차별에 대한 시민사회 보고서를 독자적으로 작성하여 UN에 제출하고 한국정부 심의에 개입할 계획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이주민들의 인권이 조명되고 많은 이들이 인권 신장을 위해 목소리를 모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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