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OUT 참여자들에 대한 인식, 그리고 성소수자 정치 인식은 어떻게 연결되며, 분화하는가?
2025년 9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진행된 LGBTQ+ 정치 참여 프로젝트 RUN/OUT은 총 128명의 참여자가 함께했다. 이들은 누구이며, 정치 참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파일럿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본 글에서는 설문 결과와 RUN/OUT의 경험을 바탕으로, LGBTQ+ 정치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탐색적으로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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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응답자들의 주요 특징을 간략히 살펴보자. RUN/OUT의 128명 참여자들은 특정 정당에 집중된 집단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정치적 궤적과 경험을 지닌 개인들이 교차하는 정치적 네트워크를 이룬다. 무당층의 높은 비중과 함께 진보 정당 및 주요 정당 소속 참여자들이 공존하는 정당 분포는 성소수자 정치 참여가 특정 이념 진영에 한정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참여자들은 정치 참여의 서로 관여도를 보이며 각자의 경험 위에 위치해 있다. 일부는 출마를 고려하는 단계에 있는 반면, 많은 이들은 선거운동가, 지지자, 혹은 관찰자로서 참여해 함께 넓은 정치적 생태계를 구성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소수자 정치는 단일하고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정책, 대표성, 민주주의의 확장을 포괄하는 다층적인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
이번 설문은 참여자들이 성소수자 정치를 어떻게 인식하고,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탐색했다. 많은 이들에게 성소수자 정치는 권리의 회복과 제도 변화를 이끄는 과정으로 이해되며, 특히 법과 공공정책을 통한 권리의 제도화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졌다. 동시에 일부 참여자들은 이를 커밍아웃과 정체성의 표현을 통해 사회적 존재를 드러내고 상징적 의미를 만들어내는 ‘가시성의 정치’로 인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단순한 드러냄의 행위 자체보다 정치적 신뢰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이 확인되었다. 한편 또 다른 참여자들은 성소수자 정치를 별도의 특수한 영역으로 보기보다, 민주적 대표성의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성소수자 정치는 제도적 변화, 정체성의 가시화, 그리고 대표성의 확장이라는 세 가지 관점이 공존하는 다층적인 장으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는 성소수자 정치가 특정 개인의 등장이나 상징적 사건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기회구조, 보다 넓은 사회적 조건, 그리고 공동체의 집합적 경험이 상호작용하는 과정 속에서 구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러한 결과는 오늘날 성소수자 정치가 직면한 핵심 과제를 드러낸다. 그것은 관심의 부족이 아니라, 정치 영역으로의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의 부재라는 점이다.
다음 절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성소수자 정치 인식이 어떻게 교차하고, 또 어디에서 갈라지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성소수자 정치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먼저 RUN/OUT 참여자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인식은 하나의 단계적 구조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RUN/OUT 참여자들의 정치 참여 인식은 ‘정치 관심 → 출마 상상 → 출마 의향’이라는 단계적 구조로 나타났다. 정치 관심도와 출마 상상 가능성 사이에는 비교적 뚜렷한 상관관계가 확인된다(r=0.39).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참여자일수록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는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과 정보 접근이 높아질수록 정치 참여가 점차 개인의 삶과 연결된 가능성으로 인식되기 시작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치 관심이 곧바로 출마 의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출마 의향과 정치 관심도의 상관관계는 r=0.33 수준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실제 설문 결과에서도 정치 관심도는 높게 나타났지만, 출마 의향 단계에서는 캠페인 참여나 정치 활동 지원 수준에 머무르는 응답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즉, 정치에 대한 관심과 실제 정치 진입 사이에는 여전히 일정한 거리감이 존재한다.
반면 출마 의향과 가장 강하게 연결되는 변수는 출마 상상 가능성이었다(r=0.41).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는 상황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상상할 수 있다고 응답한 참여자일수록 실제 출마를 고려하거나 정치 참여 단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정치 참여 과정에서 단순한 정치 관심보다 ‘출마를 개인의 삶 속에서 가능한 선택지로 상상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동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정치 참여의 가장 중요한 문턱은 정치 관심 자체가 아니라 ‘출마를 상상할 수 있는 단계’에 위치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과 출발 조건 사이에서도 의미 있는 연결이 확인된다(r=0.31).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서 찾는 참여자일수록, 성소수자 정치의 시작 역시 개인의 용기나 커밍아웃과 같은 개인적 결단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대로 성소수자 정치의 시작을 개인의 결단과 정치적 가시성의 문제로 이해하는 참여자일수록,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 또한 ‘드러남’ 속에서 형성된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는 정치적 가시성과 개인의 정치 참여가 서로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함께 묶여 이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출마 상상 가능성과 정치의 출발 조건 사이에서도 유사한 관계가 확인된다(r=0.27). 선거 출마를 보다 현실적으로 상상할수록 성소수자 정치의 시작을 개인의 결단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동시에 성소수자 정치의 출발을 개인의 결단에서 찾는 참여자일수록 선거 출마 역시 보다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상상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는 정치 참여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과정 자체가 ‘정체성을 드러낸 정치 참여’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소수자 정치의 시작과 당선 조건 사이에서는 약한 음의 상관관계가 확인된다(r=-0.24). 성소수자 정치가 개인의 용기와 결단에서 시작된다고 보는 참여자일수록 정치인의 당선 과정에서도 개인의 돌파와 등장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고, 반대로 당선이 공동체의 경험과 축적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는 참여자일수록 정치의 시작도 개인보다 사회적 조건이나 공동체 기반 속에서 이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RUN/OUT 참여자 내부에 ‘개인의 등장’과 ‘공동체의 축적’이라는 서로 다른 정치 인식 지형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소수자 정치는 어떻게 전략적으로 분화되는가?
RUN/OUT 참여자들의 설문 응답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정치 참여 관심도, 출마 상상 가능성, 정치의 출발 조건에 대한 인식, 가시성에 대한 이해, 선거 성공 조건 등 주요 변수를 중심으로), 참여자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군집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첫 번째 집단은 적극 돌파형이다. 이 그룹은 정치 활동에 대한 관심과 출마 상상 가능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에서 찾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으며, 커밍아웃한 성소수자의 비율 역시 다른 집단보다 높게 나타났다. 일부 참여자는 실제 정당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은 성소수자 정치의 형성을 사회 인식 변화나 제도 환경보다 개인의 용기와 가시성에서 찾는 경향이 강하다. 즉 성소수자 정치인이 먼저 등장하고 정치 공간을 돌파함으로써 이후의 정치적 경로가 열릴 수 있다고 보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집단은 구조·생태계형이다. 이 그룹 역시 정치 참여 관심과 출마 상상 가능성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성소수자 정치의 형성을 개인의 상징적 돌파보다 사회적 조건과 제도 환경, 그리고 공동체 경험의 축적 속에서 이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성소수자가 살기 좋은 사회의 조건으로 법과 제도 변화와 사회 인식 변화를 강조하는 응답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 또한 커밍아웃하지 않은 성소수자의 비율과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정치 참여를 개인의 사건보다는 장기적인 기반 형성과 정치 생태계 구축의 문제로 바라보는 특징이 드러난다.
세 번째 집단은 안전 관망형이다. 이 그룹은 정치 활동에 대한 관심과 출마 상상 가능성이 다른 집단에 비해 낮게 나타났으며, 정당 조직과의 직접적인 연결 역시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그러나 이들이 성소수자 정치 자체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성소수자 정치인의 대표성이 공동체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인식이나 제도 변화의 필요성에는 일정 수준 공감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한편 이 집단은 평균 연령이 가장 낮고 20대 비중이 높은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정치 참여에 대한 낮은 관심은 정치적 무관심이라기보다는 아직 정치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초기 단계의 특징일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이 집단은 정치 참여의 행위자로 즉각 나서기보다는 정치 참여가 가능해질 만큼의 사회적 안전과 조건이 형성되기를 지켜보는 잠재적 지지 기반에 가까운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세 집단을 종합하면 RUN/OUT 참여자들의 인식에는 정치 참여를 아직 유보하는 관망층부터 개인 돌파 전략을 상상하는 집단, 그리고 구조적 기반 형성을 중시하는 집단까지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는 RUN/OUT 참여자들이 하나의 정치 집단으로 수렴되기보다 서로 다른 세대 경험과 정치 참여 경로를 가진 주체들이 공존하는 다층적인 성소수자 정치 지형을 형성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RUN/OUT 참여자들의 인식을 통해 살펴본 한국의 성소수자 정치는 이미 단일한 방식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략과 경험을 가진 집단들이 교차하는 과정 속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되는 정치적 역동이었다.
갈림길에 선 RUN/OUT: ‘후보’가 아니라 ‘경로’를 만드는 일
RUN/OUT 프로젝트 파일럿 프로그램 참여자 설문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성소수자 정치인을 “출마시키는” 사업이라기보다 후보가 등장하기 이전 단계의 정치 생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RUN/OUT 참여자들 중 다수는 ‘당장 출마할 사람’이라기보다 정치 과정에 결합하는 여러 역할—캠페인을 돕고 정책을 만들며 조직을 꾸리고 지지 기반을 형성하는 역할—에 더 가까운 위치에 서 있었다. 실제로 RUN/OUT이 만난 집단은 전통적인 의미의 ‘후보군’이라기보다, 후보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역할들이 한 공간에서 교차하며 윤곽을 갖추기 시작한 초기 정치 생태계에 가까웠다. 설문 결과도 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즉시 출마를 고려하는 참여자는 전체의 약 20%에 그쳤지만, 선거캠프 참여나 정책 활동, 조직 운영 등 정치 과정에 결합하려는 참여자는 약 58%로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RUN/OUT이 특정 정치인의 등장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정치 참여를 둘러싼 다양한 역할과 관계망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임을 시사한다. 정치 참여는 후보 개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후보를 지지하고 함께 정치 과정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역할들의 결합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RUN/OUT이 마주한 장면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파일럿 기간 동안 드러난 것은 단지 ‘출마 의지를 가진 개인들’만이 아니라, 서로의 만남 속에서 후보의 가능성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정치 참여 경험을 가진 사람, 장기적으로 출마를 고민하는 사람, 아직은 관망하며 정치 참여를 탐색하는 사람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장면은 정치 참여가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해서 곧바로 출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전환점은 오히려 출마가 개인의 삶 속에서 “현실적인 선택지”로 상상되는 순간에 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넓게 존재할 수 있지만, 선거 출마를 자신의 삶과 연결된 가능성으로 상상하는 단계는 훨씬 더 좁고 구체적이다. 그리고 그 상상이 가능해지는 순간 정치 참여는 단순한 관심이나 태도의 수준을 넘어 실제 행동의 가능성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RUN/OUT이 드러낸 것은 바로 그 문턱이었다. 정치 관심과 정치 진입 사이에는 여전히 여러 장애물이 존재하며, 많은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관심을 자신의 삶의 경로로 번역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 밖에 머물러 있었다.
또 하나 중요한 지점은 참여자들이 성소수자 정치를 바라보는 방식이 단순한 ‘개인의 영웅적 돌파’ 서사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참여자들은 성소수자 정치가 개인의 용기와 커밍아웃, 정치적 가시성을 통해 시작될 수 있다고 보았지만, 동시에 많은 참여자들은 정치 변화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제도 환경, 그리고 공동체 경험의 축적이 함께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참여자들이 상상하는 성소수자 정치는 단순히 ‘누가 먼저 당선되는가’라는 질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조건과 기반이 형성되어야 그 당선이 반복 가능한 경로가 되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한 문제로 나타난다. 이는 성소수자 정치를 구성하는 두 개의 층위가 동시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나는 후보 이전 단계의 정치, 즉 지지 기반과 관계망, 다양한 정치 역할이 형성되는 단계이며, 다른 하나는 그 기반 위에서 초기 후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어쩌면 지난 6개월 동안 RUN/OUT이 마주한 것은, 성소수자 정치가 특별한 한 사람의 영웅적 돌파가 아니라 그 돌파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과 관계망이 함께 자라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나가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대표성은 선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설문 결과가 보여주듯 성소수자 정치는 가시성과 안전, 개인의 결단과 공동체의 축적이 함께 교차할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그 교차점이 넓어질수록 성소수자 정치는 더 이상 ‘상징적 영웅의 도전’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경로가 된다. 2025년 8월, 모두가 “가능하겠어?”라고 의심하던 시간을 지나, 2025년 12월, 모두가 “실패할 것이다”라고 단정하던 시간을 넘어 우리는 다시 다음 경로의 출발선에 서 있다. 앞으로 RUN/OUT이 마주할 과제는 분명하다. 성소수자 정치가 개인의 영웅적 돌파 서사로 해석되는 것을 넘어, 성소수자 공동체가 재현 가능한 정치 참여의 경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RUN/OUT의 성패가 달려 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누가 먼저 출마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 것인가이다.
필자: 정재훈 (런아웃 프로젝트 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