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바로 알기: 2025년 대선이 가져올 정치적 함의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으로부터의 국가 안정을 지키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곧 국회에 의해 철회되었고, 11일 후 국회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습니다. 몇 달간의 조사를 거쳐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하였고, 이에 따라 2025년 6월 5일 조기 대선이 실시되게 되었습니다. 이에 하인리히 뵐 재단은 한국 정치에 정통한 외교안보 전문가 이숙종 교수와 강우창 교수를 초청하여 이번 대선의 의미와 그 함의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독서시간: 5 분
Demonstration in South Korea

대선 결과: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가?

2025년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후보가 총 득표율 49.42%로 승리했습니다. 주요 경쟁자인 보수 정당 국민의힘 소속 김문수 후보는 41.15%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는 79.4%의 투표율을 기록해, 지난 28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총 17,287,514표를 획득하며 역대 최다 득표 기록을 경신했으며, 이는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얻은 표보다 약 114만 표 많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높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2022년 본인의 첫 대선 출마 때에 비해 약 100만 표 정도의 표를 추가로 얻어, 여론조사에서 예측되었던 과반 득표율을 넘기지는 못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이해하려면 국민의힘과 소수 정당인 개혁신당의 지지 기반을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5년 대선은 부분적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과 계엄령 선포에 대한 국민적 평가(사실상의 국민투표)의 역할을 했습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40%의 국민이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했으며, 이는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 41.15%와 유사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김 후보를 지지한 모든 유권자가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한 것은 아닙니다. 일부 유권자는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국회 의석의 56.42%를 차지하며 압도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로 김 후보를 지지했을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국민의힘은 36.15%의 의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계엄을 시도한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분명히 정리하지 못하거나 정리하려 하지 않은 점이 일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 쪽으로 이탈하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Gender Equality
Gender Equality Movement In South Korea

 

 

 

개혁신당은 이번 선거에서 8.34%의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주요 지지층은 20~30대 남성으로, 20대 남성의 약 37%, 30대 남성의 약 25%가 이준석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반페미니즘적 발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탄핵 정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보수 성향이면서도 탄핵을 지지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확실하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입장은 보수적이면서도 윤 대통령에게 강하게 반대했던 유권자들을 끌어들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또한 20대 여성의 약 10%가 이준석에게 투표한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참고로 2022년과 비교했을 때 20대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거의 변동이 없었으나, 국민의힘 지지율은 33.8%에서 25.3%로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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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ervative Rally Site in South Korea

 

 

중견국 한국: 외교 정책에서 주목할 점

중견국 외교 전략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한국 외교 정책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경제, 군사, 문화, 외교적 영향력 측면에서 한국은 전형적인 중견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명목 GDP 기준 세계 13위, 구매력 기준 26위, 1인당 GDP 기준 36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군사력 면에서는 Global Firepower Index 기준 세계 5위이며, OECD 32개국 중 공적개발원조(ODA) 공여국으로는 13번째 규모를 자랑합니다.

한국은 국제법을 준수하고, 글로벌 포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주요 국제 현안에서 자유주의 서방 진영과의 공조를 유지하는 등 중견국으로서 기대되는 외교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중견국이 건설적인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안정된 국제 질서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최근 지정학적 경쟁의 격화는 한국의 이러한 외교적 역할을 점점 더 제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외교 전략에서 ‘강한 국가’를 지향하며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의 외교적 전환을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전략 방향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평가하기엔 이릅니다.

이번 대선이 조기 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진 만큼,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운동은 주로 국내 현안에 집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 정책의 윤곽은 더불어민주당의 이전 정부에 대한 비판과 이 대통령이 선거운동 및 취임 연설에서 언급한 발언을 통해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 한미 관계: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은 관세 인상과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인도-태평양 지역 재배치설 등으로 인해 한미 간 긴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먼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 남북 관계: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를 강조하며, 남북이 공존하는 구조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한미 간 철통같은 동맹을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하향식’식 외교 전략과,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의 밀착 관계를 고려할 때, 이 같은 구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 한중 관계: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중국을 소홀히 하고 미국과 일본에 지나치게 치우쳤다고 비판해왔습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곧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할 경우, 이는 중요한 외교적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 한일 관계:
    전통적으로 진보 진영은 일본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고, 이재명 대통령 또한 일본을 향한 비판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선거운동과 취임사 전반에 걸쳐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이는 한미일 3자 협력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한 핵심 축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선거 캠페인의 핵심 의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외교 아젠다를 명확히 그려보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질서는 현재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국제 시스템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협력하여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라는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북러 관계의 심화, 일본의 차기 선거, 그리고 대만 해협에서의 긴장 고조와 같은 변화하는 국제 현안을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향후 한국의 외교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선거 이후의 한국: 지정학적 역학과 국내 정책 방향 설정”이라는 제목의 웨비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해당 웨비나는 다음 링크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live/0CzHqR6bT8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