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평화, 그리고 부채라니, 이런! – 2025년 독일 총선 엿보기

이번 선거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며, 독일 정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독일 하인리히 뵐 재단 동아시아 사무소는 2025년 독일 연방총선을 주제로 세 명의 연사를 초청해 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2021년,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녹색당, 그리고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세 정당이 ‘신호등 연정’을 구성했습니다. 그러나 연정 내부에서는 특히 연방 예산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었습니다. SPD 대표이자 총리인 올라프 숄츠는 ‘부채 브레이크(debt brake)’ 완화를 주장한 반면, 재무장관이자 FDP 대표인 크리스티안 린드너는 이에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예산 정책을 둘러싼 몇 달간의 갈등은 결국 린드너의 해임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연정은 붕괴하고 말았습니다.

연정 정부가 무너지면서 2월 28일 조기 총선이 치러졌고, 그 결과 중도우파인 기독교민주연합(CDU)과 그 자매 정당인 기독교사회연합(CSU)이 총 득표율 28.6%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며, 독일 정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독일 하인리히 뵐 재단 동아시아 사무소는 2025년 독일 연방총선을 주제로 세 명의 연사를 초청해 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독서시간: 5 분
German Election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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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llywood Event at East Asia Office

Boellywood talks
One day in March, people interested in German politics came together.

 

2025년 독일 총선의 결과는?

선거는 기독교민주연합/기독교사회연합(CDU/CSU)이 약 28.6%의 득표율로 승리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독일 연방하원(Bundestag)은 총 630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208석은 CDU/CSU에, 152석은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120석은 사회민주당(SPD)에, 85석은 녹색당에, 64석은 좌파당에, 그리고 1석은 덴마크 및 프리슬란트 소수민족 정당인 SSW에 배분되었습니다. 자유민주당(FDP)은 5% 봉쇄 조항을 넘지 못해 의석을 얻지 못했죠.

누가 어떤 정당에 투표했는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상황 파악은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납니다.

German Election vote share
Creator: DW, Source: The Federal Returning Officer, Preliminary official result (Latest: 02/24/2025, 04:08 UTC+1)

투표율은 약 82.5%로,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연정 붕괴 이후 국가의 상황에 대해 많은 독일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2025년 조기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슈는 평화와 안보였으며, 그 뒤를 이어 경제, 사회 정의, 난민 문제, 기후 변화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은 '이민(Migration)' 문제였으며, 그다음으로는 경제, 무력 분쟁/평화, 환경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보다 강경한 이민 정책을 주장한 AfD와 CDU/CSU와 같은 정당들이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German Election 2025 Seats in parliament
Creator: DW, Source: The Federal Returning Officer | Status: February 24, 2025, 04:08 AM UTC+1

비례대표 결과 지도를 보면, 독일 동부와 서부 간의 뚜렷한 분열이 드러납니다. 베를린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부 지역에서는 AfD가 강세를 보였고, 서부 지역에서는 CDU/CSU가 우세를 차지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대학 도시들을 중심으로 녹색당의 지지 기반이 산재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 보수 정당들은 고소득의 화이트칼라 지역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진보 정당들은 프라이부르크와 같은 대학 도시에서 더 많은 지지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25세 이하 유권자들이 극우 성향의 AfD나 극좌 성향의 좌파당(Die Linke)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여준 점이 눈에 띕니다.

2021 Elections vs 2025 Elections

신호등 연정(사회민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은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힘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연정이 출범한 직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인해 독일 정부는 더 심각한 경제적·안보적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위기와 연정 내부의 갈등이 커지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증가했습니다. ARD-DeutschlandTREND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가 정부에 대해 "매우 불만족"한다고 답했으며, "매우 만족"은 1%, "만족"은 13%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불만은 최근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기존과 다른 선택을 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2021년과 비교했을 때, 난민에 대한 불안감, 유럽 내 안보 문제, 그리고 독일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특히 이민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지만, 퇴임을 앞둔 연정 정부는 이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이처럼 국민 정서와 정부 정책 간의 괴리는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로 이어집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 동안 소수 정당들이 이 간극을 메우려 나섰습니다. 극우 성향의 AfD는 보다 강경한 이민 정책을 내세우며 지지를 끌어냈고, 특히 작센(Sachsen)과 같은 동부 지역에서는 제1당이 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주목할 점은, 신호등 연정 집권 기간 동안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정치적으로 제대로 대표되지 못한다고 느꼈다는 점입니다.

과거 녹색당은 기후 문제와 평등 권리를 적극 주장하면서 실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당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나 집권 이후 녹색당이 점차 중도 성향으로 이동하면서, 많은 좌파 성향 유권자들은 당이 이념적 명확성을 잃었다고 느꼈습니다. 다시 말해, 정부와 유권자 사이에 또 다른 간극이 발생한 것입니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기후 위기 대응, 장기 개혁 등 핵심 가치를 충분히 대변받지 못한다고 느꼈고, 좌파당(Die Linke)은 이 틈을 파고들어, 이민자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정책 전반에 걸쳐 대안을 제시하며 지지를 끌어모았습니다. 

Boellywood talks
An opportunity to hear from a member of the Green Party in Korea.

중요 시사점

CDU가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기대보다 낮은 득표율로 인해 유권자들의 눈에 띄는 불만이 감지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신호등 연정에 속한 모든 정당에도 해당되었으며, 많은 유권자들이 대신 소수 정당을 선택했습니다. 유권자들이 소수 정당으로 눈을 돌린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선거 결과와 여론조사를 통해 핵심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국민들은 국가 안보, 이민 문제, 기후 변화와 같은 주요 관심사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AfD와 좌파당(Die Linke)과 같은 소수 정당은 이러한 긴급한 이슈들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입장을 내놓았던 반면, 녹색당과 같은 정당은 중도화되고 우유부단해졌다는 인식을 받았습니다.

둘째, 기존 정부 내 리더십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도 있었습니다. 신호등 연정의 주요 인물들에 대한 불만이 이미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리더십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부정적인 개인 공격으로 이어졌으며, 특히 전 경제부장관 로베르트 하베크(Robert Habeck)를 향한 비난이 집중되었습니다.

한국 역시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6월 3일 조기 대선이 예정되어 있으며, 각 정당은 현재 대통령 후보 지명과 선거 전략 수립에 한창입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독일 총선은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한국의 주요 정당들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후보를 선정하고, 시급한 안보 현안을 명확하고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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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un who was the moderator of 1st Boellywood Talks

Public Opinion Polls

Forschungsgruppe Wahlen E.V. “Bundestagwahl 2025, ” Forschungsgruppe Wahlen E.V. Accessed April 7, 2025. ‌‌https://‌‌‌www.forschungsgruppe.de/Wahlen/Grafiken_zu_aktuellen_Wahlen/Wahlen_‌2025/‌Bundestagswahl‌‌‌‌_202‌5/

Taggesshau. “Deutsche mehrheitlich für vorgezogene Bundestagswahl,“ Tagesschau. Accessed April 7, 2025. https://www.tagesschau.de/inland/deutschlandtrend/deutschlandtrend-ampe…

Zeit Online. “Alle Ergebnisse aus den Wahlkreisen,” Zeit Online. Accessed April 7, 2025. https://www.zeit.de/politik/deutschland/2025-02/bundestagswahl-2025-wahlergebnisse-wahlkreise-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