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2050년 문제
브라질은 자타공인 세계1위의 커피 생산량을 자랑하는 ‘커피대국’이지만, 동시에 커피를 상당히 즐기는 나라다. 국가별 커피 소비량은 세계2위(2022년 통계)이며, 거리에는 카페가 즐비하다. 블랙커피가 기본이지만, 특별한 라떼 메뉴도 훌륭하다. 그 중에서도 특이한 것은 ‘한방울’을 뜻하는 핑가두(pingado)로, 우유를 듬뿍 넣고 커피를 조금 넣어 마신다. 그밖에도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얹어 먹는 아포가토(affogato) 같은 디저트도 인기다. 여러분의 브라질에서의 여정을 커피가 한층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 커피가 기후변화 시대에 위기를 맞고 있다. 계기는 크리스찬 번(Christian Bunn) 등의 연구진이 2015년 발표한 논문이었다. ‘한잔의 쓴 커피(A bitter cup)’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연구진은 현재 속도로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커피 적정재배지가 아라비카종은 49%, 로부스타종은 54% 감소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i]. 이 논문은 일본의 커피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커피 2050년 문제’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나아가, 연구진의 시뮬레이션은 RCP 6.0 시나리오(2100년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4℃에서 3.1℃ 상승하는 페이스에서 온난화가 진행될 경우)에 기초하고 있다. 즉, 파리협정의 ‘1.5℃ 목표’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연구진이 예상했던 미래가 현실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커피의 수확량이 감소하면, 생산자는 빈곤에 빠질 것이다. 또한, 소비자에게도 커피의 공급 부족(그리고 그에 따른 가격급등)이 발생한다. 커피가 고급품이 되는 미래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변할 것인가. 그 질문이 지금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커피가 삼림감소를 조장한다?
커피 자체가 기후변화의 요인이라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 삼림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농지 개발을 위한 벌채가 꼽히는데, 커피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자원 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의 조사 보고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5년 사이에 전세계에서 약 200만 헥타르의 삼림이 커피 농원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ii]. 커피‘만’ 심은 단일재배농원에서는 생물다양성이 상실되고, 커피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iii]. 이러한 배경도 있어 2025년 삼림파괴와 연관되는 상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률이 시행될 전망이다. ‘삼림 실사 의무화 규칙(EUDR)’이라고 불리는 이 법률은 커피를 필두로 각 농산물이 어디서 재배되었는지, 그 구체적인 장소까지 거슬러 올라가 삼림 파괴가 행해지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커피에 의한 삼림 벌채’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는 가운데, 예외적인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브라질이다. 브라질에서는 1960년부터 2019년까지 커피생산량이 416%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농원의 총면적은 51% 감소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물관리, 토양개량 등 기술의 향상도 있었지만, 기계 도입으로 인한 작업 합리화의 역할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iv].
일반적으로 커피는 산간 지역에서 재배한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브라질 커피의 59%는 평탄하고 광활한 땅인 세라드 지역에서 재배된다. 탁 트인 땅에서는 트랙터나 수확기 등 중장비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다. 커피를 수확할 시기에는 높이 4미터가 넘는 거대한 기계가 활약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경제적 합리성을 추구한 커피 재배, 오히려 독이 되다?
그러나 이처럼 생산효율을 추구해온 재배방법이 현재 기로에 서 있다. 브라질에서는 경작면적을 넓히지 않고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커피’만’ 심은 농원이 많은데, 단일작물을 재배하는 농원은 그늘이 적고 직사광선이 닿기 쉽기에 기온상승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서두에 소개한 번 등의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2050년까지 적정재배지역이 6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전세계 평균인 49%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아그로포레스트리(agroforestry)에 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아그로포레스트리란 숲 속에서 재배하는 농업형태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지표의 온도를 낮출 수 있고 토양의 수분량 증가도 도모할 수 있다. 본디 관목수인 커피는 야생에서 열대우림이 무성한 나무그늘 아래에서 자란다. 때문에 아그로포레스트리에 적합한 작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만일 브라질의 커피 농원을 전부 아그로포레스트리로 전환할 경우, 2050년까지 현재의 약 75%의 농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v].
그럼에도 브라질에서 아그로포레스트리로 전환할 수 있는 생산자는 소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수확기계는 수풀이 우거진 숲을 지나갈 수 없어서 재배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산자 중에서는 대형 중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큰 부채를 짊어진 사람도 많다. 또한 아그로포레스트리는 기계화할 수 있는 공정이 적어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한창 발전 중인 브라질에서 농업종사인구는 이미 감소 추세에 있고, 커피산업 전체의 일손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일손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과제다.
브라질 커피와 우리의 연결고리
지금까지 브라질을 중심으로 커피와 기후변화 문제를 살펴보았다. 앞으로 커피의 수확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생산자의 수입이 감소함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은 ’기후변화에 의해 빈곤에 빠질 지도 모른다’는 리스크를 생산자들이 짊어져 주고 있기 때문이나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멀리 떨어진 커피 산지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이를 재차 강조하는 이유는 브라질 커피와 우리의 생활이 밀접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브라질 커피의 역사에서 일본과 한국의 ‘연결고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브라질에 커피가 전해진 것은 1727년의 일이지만, 본격적인 재배가 시작된 것은 19세기에 들어선 이후다. 1822년 당시 브라질제국이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하면서, 커피 생산은 급속히 확대되었다. 브라질 커피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세계의 노동자들이 모여든 것도 기여했다.
커피는 왜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을까. 이유는 한 그루의 커피나무에서 채취되는 콩(종자)의 양이 적기 때문이다. 1년에 한 그루에서 수확되는 열매는 원두로 환산하면 204~365g, 시판 원두 한 봉지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즉, 커피 재배로 생계를 이어간다면 광대한 토지를 개간하여 나무를 대량으로 심어야 한다. 또한 열매는 수확기에 한꺼번에 열리기에 가족농으로는 일을 감당할 수 없고, 많은 계절노동자가 필요하다.
초기의 브라질커피는 노예제도에 토대를 두고 성립되었다. 그러나 1888년 노예금지령이 내려졌고, 당시 커피농장주들에게는 어떻게 노동자를 확보할 것인지가 큰 과제였다. 이에 브라질 정부가 나서서 해외의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당시 이주노동자는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럽 국가에서 주로 유입되었는데, 이 가운데 일본에서의 이주도 한몫 했다. 일본에서 브라질로 집단이주가 시작된 것은 1908년이다. 고베항에서 출발한 ‘카사도마루(笠戸丸)’에 승선한 781명은 상파울루로 이주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커피농원에서 노동에 종사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동아시아에서는 브라질산 커피를 많이 수입하게 되었다. 한국에 처음 커피가 수입된 것은 1920년 즈음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부산항을 통해 브라질산 커피콩이 들어왔다. 이처럼 우리와 브라질 커피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커피 2050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
‘커피 2050년 문제’는 크게 두 가지 문제로 나뉜다. ‘생산자의 빈곤’과 ‘소비자의 커피 부족’이다. 전자에 대해, 생산자의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서 커피원두 외에 부수입을 올리기 위한 대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카스카라(cascara)라는 상품인데, 이는 커피 원두 주위에 붙어 있는 과육이나 껍질을 말한다. 먹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커피원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버려져 왔다. 카스카라로부터 새로운 상품(차나 디저트 등)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기후변화로 줄어드는 생산자의 수입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vi].
또한 소비할 커피가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새로운 산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후변화가 이대로 진행되면 지금은 서늘해서 재배에 적합하지 않던 지역에서도 커피 재배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커피의 적정재배지역이 이동한다고 해도, 그 지역 사람들이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커피농가로 전환할 것이라 보장할 수는 없다. 때문에, 커피 부족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럼 우리는 가격이 계속 오르는 비싼 커피를 마실 수밖에 없는 것일까.
‘커피 2050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직면할 수밖에 없다. 즉, 그 배경이 되는 기후변화를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중요하다. 앞서 “우리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건 ’기후변화로 인해 빈곤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리스크를 생산자가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그 ‘생산자’들은 종종 개발도상국에 산다. 다시 말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나라에서 만든 커피 한 잔을, 기후변화의 원흉을 만들어 온 우리들이 맛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한 잔의 커피는 기후불평등이란 배경 위에 성립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커피가 비싸지는 미래를 선택할 지, 지금 우리가 바뀔 것인지. 그 답은 분명하다.
인용문헌
[i]Bunn, C., Läderach, P., Ovalle Rivera, O., Kirschke, D. (2015) “A bitter cup: climate change profile of global production of Arabica and Robusta coffee”, Climatic change, 129(1):89-101.
[ii] Goldman, E., Weisse, M., Harris, N., & Schneider, M. (2020) “Estimating the role of seven commodities in agriculture-linked deforestation: Oil palm, soy, cattle, wood fiber, cocoa, coffee, and rubber”, Technical Note, World Resources Institute, 22.
[iii] Arellano, C., & Hernández, C. (2023) “Carbon footprint and carbon storing capacity of arabica coffee plantations of Central America: A review”. Coffee Science-ISSN 1984-3909, 18, e182072-e182072.
[iv] Santos, V. P., Ribeiro, P. C. C., & Rodrigues, L. B. (2023) “Sustainability assessment of coffee production in Brazil”, Environmental Science and Pollution Research, 30(4), 11099-11118.
[v]Gomes, L. C., Bianchi, F. J. J. A., Cardoso, I. M., Fernandes, R. B. A., Fernandes Filho, E. I., Schulte, R. P. O. (2020) “Agroforestry systems can mitigate the impacts of climate change on coffee production: a spatially explicit assessment in Brazil”, Agriculture, Ecosystems & Environment, 294:106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