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벨렝에 가져가는 5가지 질문”

기후위기와 빈곤, 불평등, 차별, LGBTQ의 권리 침해, 선주민의 권리 침해 등 우리 사회에는 해결해야 할 다양한 과제가 있지만, 시민사회운동을 해 나감에 있어 나에게 소중하고도 중요한 것은 ‘연대’다. 약 15년간, 학생 자원봉사자로서, 환경단체의 활동가로서 환경정의 문제를 다루어 왔다. 대규모 화석연료 개발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지역의 주민들, 물이나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걸고 싸우는 선주민들, 일본 내에서 탈원전이나 화석연료 개발 반대에 끈질기게 활동해온 사람들. 세계 각지에서 계속되는 분쟁, 우경화하는 정치, 이민자에 대한 배제와 심화하는 불평등, 그리고 기후위기의 영향 속에서, 바로 지금, 연대가 위협받고 있다.

브라질 벨렝에서 개최되는 COP30에 가져가야 할 질문은 수없이 많겠으나, 우선 ‘연대’라는 테마를 첫번째 질문으로 던져보고 싶다.

연대

올해 미국에서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했지만,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전면 부정하고 국내 화석연료산업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이민을 악으로 규정하고, 배외주의를 부추기는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경제적·정치적 불안정이 증가한 것도 배경일 것이다. 각지에서 극우세력이 성장하고, 시민사회에 대한 억압이 강화되고 있다. 다극화하는 세계에서, 기후변화 등 전지구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각국의 협력은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수준에 도달해 버린 건 아닌지 하는 공포와 불안도 있다. 이런 흐름에 대항하기 위해서야말로, 끈끈한 시민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연대는 가능한 것임을 COP 현장의 각국 지도자들에게 보여주고, 그들도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5 questions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원칙

두번째 질문은 우리가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원칙’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1992년 리우에서 채택된 UN기후변화협약은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원칙’을 내걸었다. 역사적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한 나라들은 그만큼 감축 책임이 크고,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의무 역시 진다는 원칙이다.

실제로 17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누적배출량 중 4분의 1은 미국이라는 오직 한 나라에서 배출되었다. 일본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탄소배출국 중 하나다. 경제대국인 선진국의 행동이 기후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 그러나 COP 논의에서 선진국들은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원칙’을 부정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실질적인 재원조성을 회피했으며, 개발도상국이 요구하는 ‘배상 책임’에 반대해왔다. 일본 정부 관계자 등과 대화할 때에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입장이나 견해 차이로 인한 대립이 기후 대응 논의를 늦추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듣곤 한다. 그러나 기후 부정의(不正義)의 뿌리에는 과거 식민지시대의 구조로부터 이어져 오는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에서의 자원과 노동력 착취, 그리고 그것이 떠받쳐온 선진국의 소비와 풍요, 곧 경제식민주의적이고 불평등한 경제체제가 있다. 선진국은 경제발전을 이루어 풍요로워져 기후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 반면, 착취받아온 나라는 가난하고, 기후변화 대응은 커녕 교육이나 사회인프라 개발을 위한 자금도 충분치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가채무 여건이 악화되어, 에너지위기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선진국이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직시해 보다 빠르게 국가배출량 감축과 탈화석연료를 추진하고, 글로벌사우스에 대한 자금 및 기술 지원 의무를 다하지 않는 한, 세계의 기후위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외려 선진국들은 그들이 대량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과거의 청구서를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건 어느 쪽일까.

넷제로는 ‘낫제로’

세 번째 질문은 ‘넷제로’다. 이제는 여러 장면에서 ‘탄소중립’이나 ‘넷제로’라는 말을 찾아볼 수 있다. ‘넷제로’란 ‘”온실가스배출량”에서 “흡수량 혹은 제거량”을 빼서 합계를 0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심화하는 기후위기 속에서 탄소배출을 빠르게 감소시키는 것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화석연료 탈피’이다. 그러나 최근 여러 국가와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방향은 화석연료를 계속 이용하면서 탄소를 회수해 ‘넷제로’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애초에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오래 잔류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2050년까지 완만하게 배출제로를 향해 갈 것이 아니라, 가능한 빠른 시점에 많이 감축하여야 한다.

어떻게 온실가스를 ‘흡수’하거나 ‘제거’하겠다는 것일까. ‘CCS(탄소 포집·저장)’와 ‘DAC(직접공기포집)’,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나 아모니아 등 ‘배출중립연료’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은 가격이 비싸고, 기술적인 과제도 많이 남아 있다. 재생에너지에 기반하지 않는 한, 수소와 암모니아는 제조 공정에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산림이나 바이오매스도 주목받고 있지만, 생물다양성 상실 등 다른 환경문제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산림은 탄소의 ‘흡수원’으로서 주목받고 있지만, 화석연료기업들은 자신들의 사업은 유지하면서 산림 조성으로 배출을 상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토지의 규모는 막대하고, 원주민의 토지 강탈(인클로저) 위험도 크다. 바이오매스 연료는 탄소중립적이라고 여겨지지만, 벌목이나 산림 쇠퇴가 있을 경우 숲이 원래 상태로 회복될 때까지 수십년에서 10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가짜 ‘넷제로’에 현혹되지 않고, 탈(脫)화석연료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광물자원

네 번째 질문은 광물자원이다. 광물자원의 개발은 환경과 사회, 지역공동체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쳐 왔으며, 특히 글로벌 사우스 개발 현장에서의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는 오랜 기간 문제로 지적받아 왔다. 이와 더불어 최근 에너지 전환을 위한 광물자원 수요가 높아지면서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 일본 정부 또한 중요 광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공급원의 다각화, 원자재 공급망 확보, 자원 외교 강화 등을 정책 방침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광물자원 개발이 야기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논의가 부족하다. 진정 ‘공정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국내외, 육상과 해상을 막론하고 광물자원의 무제한 채굴에서 벗어나 수요를 줄이는 것이 대전제다. 광물자원이 선진국의 에너지 전환이나 자동차산업 등에 우선적으로 소비되는 반면, 개발도상국에는 환경부담과 부채만 남기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도 필요하다.

belen

평화와 인권

다섯 번째 질문은 평화와 인권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고, 기후위기의 영향은 이미 우리 눈앞까지 다가와 있다. 1.5℃ 목표 달성도 불확실하다. 그러나 기후정의는 단순히 기온 목표 달성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5℃에 근접한 현재, 이미 파괴적인 영향이 확실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부정의를 만들어온 구조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인권과 생명이 경시되는 사회를 바꾸는 일이야말로 기후정의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우리는 체제전환(system change)이라고 부른다.

‘인권 없이 기후정의 없다’는 슬로건은 COP 회의장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구호다. 2022년 COP27에서는 개최지인 이집트에서는 시민사회 배제와 시민 탄압이 문제시되었다. 영국계 이집트인 활동가이자 양심수인 알라 압둘 파타흐는 COP27 개최 몇 달 전부터 단식농성 중이었다. COP에 앞서 이집트를 포함한 세계의 시민단체 등이 그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공간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OP28(아랍에미리트), COP29(아제르바이잔) 등 시민사회의 민주적 활동이 제한된 나라에서 연달아 COP가 개최되었고, 팔레스타인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전쟁이 격화되어 왔다. 생명조차 지켜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후정의는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는 해가 갈수록 더욱 중요하게 와닿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벨렝에 가지 않더라도 지금 있는 곳에서 기후정의운동에 연대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다. 시민의 힘을 믿고, 기후위기를 포함해 수많은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이 시스템을 함께 바꿔나가자.